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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나이브스 아웃Knives Out: 제일 의심되는 놈이 범인이다.

by heardenk 2021. 4. 28.

<나이브스 아웃>은 정통 추리물이다. 우리의 본드, 제임스 크레이그가 탐정으로 출연하고, 캡틴 아메리카의 크리스 에반스가 철없는 손주로 출연하며, 마이클 섀넌(!)이 막내 아들로, <유전>의 토니 콜렛이 둘째 며느리로, <루머의루머의루머>의 캐서린 랭포드와 <그것>시리즈의 제이든 마텔이 손주로 출연한다. 한 마디로 캐스팅이 어마어마하다. 국내에서 탑급 배우들을 앞세워 개봉하는 영화들처럼 이 영화도 명배우들을 앞세워 영화를 만들었다.

 

사실 영화를 보고나면 배우들의 유명세에 대한 생각은 전혀 안 든다. 그냥 연기를 잘 해서 몰입이 잘 되는 정도이다. 비교적 해외에선 연기를 잘하는 배우가 유명한 터라, 국내보다 영화가 주는 느낌이 덜 어색한 것 같다.

 

듣기로 이 영화는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며, 감독은 어려서부터 추리물을 굉장히 좋아했고 결과적으로 자기만의 추리물 한 편을 제작한 것이 이 영화이다. 첫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유명 배우가 출연한 점이 특이하지만, 극의 배경이 되는 장소가 오로지 집 뿐이라는 것을 보면 그러려니 한다.

 

유명 추리소설 작가 할런 트롬비가 생일파티 다음날 자택에서 사망했다. 사인은 경동맥 손상으로 인한 과다출혈로, 할런 본인은 소파에 편안히 누운 채 칼 하나를 쥐고 있고 그의 경동맥이 정교하게 그어져있다. 다툰 흔적은 없고 자살로 사건이 마무리 되기 전, 탐정이 추리를 이어간다.

 

개인적으로 추리물을 좋아하진 않는다. 아마도 추리물 특유의 공식 때문인 것 같다. 이 영화의 평이 좋은 만큼 내심 장르 외적인 새로움을 기대하긴 했지만, 기대에 미치지 않았다. 추리물은 특히나 답이 그 안에, 그 설정과 배경 안에 있다는 한계가 있다. 특히나 결말이 범죄 사건의 해결로 끝난다는 정해진 방식이 진부하다. 각 추리물은 같은 스토리를 설정만 다르게 한 것처럼 느껴지는 정도이다.

 

<나이브스 아웃>도 그러했다. 추리물이라 하니 시작부터 각을 세우고 촘촘히 영화를 보았는데, 단연 범인이 누구인지 맞추려는 생각이 가장 컸지만, 의외의 정답이 있었으면 좋다는 기대도 했다. 영화의 추리 자체는 잘 짜여져있다. 적당히 유머러스하며 주요 사건에서 눈돌릴 만한 요소들, 즐길만한 요소들이 많다. 하지만 사건의 주요 줄기를 꼼꼼히 본 사람들은 아마 정답을 맞췄을 것이다. 심지어 영화 외적으로 생각해서 간단히 답을 맞출 수도 있다. 그래서 좀 아쉬웠다. 여러모로 신경을 못 쓴 티가 난다. (제일 비싼 배우가 후반부에 등장하는 이유?)

 

영화가 데뷔작인 만큼 영화라는 느낌보다는 한편의 추리소설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형식 자체는 여느 추리물, 특히나 정통 추리물과 유사했다.

 

주요 사건의 원인이나 범인에 관한 짜임새는 정말 좋은 편인데, 다른 주변적인 것들에 대한 관심이 적었던 것 같다. 그 배우들을 데려다놓고...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다보니 각자의 분량을 제대로 챙겨주지 못했다. 값비싼 병풍들을 보고 있는 것 같았다.

 

실마리를 통해 사건을 알아가는 방식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분명 영화를 좋아할 것이다. 기발하다. 영화를 2회차 관람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답을 알고 영화의 시작부부터 실마리를 하나둘씩 발견하는 재미가 있을 것 같다.

 

상영관을 못 찾아서 고생하긴 했지만, 고생했어도 재밌는 영화였다. 한국 사람들에게도 웃을만한 유머 포인트들이 많았고 요즘 드문 , 즐기기에 적절한 영화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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