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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향수어느살인자의이야기PerfumeTheStoryofaMurderer

by heardenk 2021. 4. 28.

조금은 불쾌할 줄 알았던 영화. 보고나니 더 불쾌한 영화.

 

향에 대한 영화는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향수라는 직관적인 제목처럼 <향수:어느 살인자의 이야기>는 향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러니까 향에 대한 관심으로 이 영화를 접하기 쉬운데, 그런 접근법으로는 거의 실망할 것이다.

 

영화는 주인공 장 바티스트의 일생을 보여준다. 누구의 관심도 받지 못한 채 수산시장에서 태어난 그부터 모두의 관심을 받는 바람에 죽어버린 그까지.

 

원작 소설이 있다지만 인물을 쌓아가는 데에 비약이 좀 있다. 장 바티스트는 향에 있어서는 자기 말로, 세계 최고인 인물이다. 반면 어려서부터 고아원에서 자라고 가죽 공정에서 말도 배우지 못한 채 일만 한 작업꾼이다. 어느 날 우연히 한때를 풍미했지만 미미한 수준인 조향사를 만나게 되고 그를 뛰어넘는 능력을 보여준다.

 

모든 냄새를 좋고 나쁘고를 떠나 맡기를 좋아하고 그런 냄새들을 세부적으로 구분할 수 있는 능력까지는 이해가 된다. 그건 천부적인 능력이다. 그런데 또한 그는 최고의 향을 아는 사람이다. 모든 사람들이 좋아할만한, 신적인 향을 아는 사람이다. 이런 설정이 무리가 아니었나 싶다. 이후 신으로 칭송되고, 향 하나로 인간을 매료하는 그의 모습은 정말 어색하다 못해 구역질이 날 정도이다. 문학적인 감미를 더하기 위한 설정인지라 영화에서 이에 대한 개연성을 쌓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나보다. 그저 감독이 신경쓴 부분은 사건들의 아이러니함과 다른 영화와는 차별된 감질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는 특이한 점이면서 단점이 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작중에는 징그러울 만한 것들이 노골적으로 등장한다. 더럽고 죽은 생물들, 한 마디로 그로테스크하다. 이런 것들에 비추어 관객에게 새로운 감각적인 경험을 주려는 시도는 높게 살 수 있지만 그 불쾌함을 이해할 만한 요소가 영화에는 전혀 없다.

 

그저 주인공은 다른 사람을 죽여서 이용해도 감흥이 없을 정도의 천재라는 설정이 그나마 흥미롭게 그려볼 수 있는 정도이다. 그런데 아무래도 사람을 무차별적으로 죽이는 장면은 어떤 설정 아래에도 쉽게 볼 수만은 없는 장면이다.

 

결국 연쇄살인으로 붙잡힌 그를 처형하는 자리에서 그가 제조한 최고의 향이 흘러 모든 사람들을 매혹하고 오히려 사형수에서 모두를 이끄는 신이 되는 광경이 펼쳐진다. 사람들은 그를 칭송하며 난교하기도 한다. 그 향수가 사랑의 향기였음 을 알려주는 것이겠다. 그런데 마지막으로 죽인 여자의 아버지가 자신의 아버지라니?

 

그는 세계를 지배할 수 있는 향수를 들고 자신이 태어난 곳에서 자신의 온몸에 향수를 뿌린다. 사람들은 그를 먹어치운다. 그는 원래부터 없던 것처럼 그 자리에 없다.

 

 

이 영화를 통해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은, 그래서 무차별적으로 사람들을 죽여 천재적인 재능을 발휘하여 신적인 물건을 만들더라도 그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 천재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 정도이다.

 

마치 내가 이 영화가 원래 없던 것처럼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이 영화는 아무 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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