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빌론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데미언 샤젤의 영화이다.
그가 일관되게 전달하는 낭만과 현실의 조화가 역시 좋았다.
바빌론은 위대한 개츠비처럼 한순간 매우 화려하게 빛나기도 하고 그 아래에는 비루한 현실이 흐르고 있는 영화계를 비춘다. 앙면이 동등하게 비추어지는 점에서 영화의 정교함이 두드러진다.
무려 네 명의 주요 인물이 극을 이끈다. 각각은 특별하지 않을지 몰라도 함께 엮어지니 영화계의 구석구석을 들춰볼 수 있는 재밌는 방식이 되었다. 쉽지 않은 난이도의 이야기 방식이었고 아마 몇몇은 정신없다고 느꼈을 법 하다.
가장 깊게 다가온 것은 무엇보다 영화에 대한 찬사. 엔딩부의 매니가 캄캄한 극장에 앉아 화면을 보고 수많은 영화가 마치 자신을 되짚는 듯 주마등처럼 펼쳐진다. 평생 위로가 되었던 전부가 스쳐지나가며 미안함과 고마움을 들게 한다. 한 줄로 추리면 바빌론 속의 영화는 누구에게나 재미와 위로를 주었던 격없는 예술이다.
연이어 참여한 저스틴 휴위츠의 음악도 좋았고 화려하면서도 씁쓸한 현실을 비춰주는 감독의 일관적인 이야기 방식과 지루하지 않은 연출이 좋았다. 돈은 안 될지라도 분명한 의미는 있는 오늘날의 클래식을 만들고 있는 게 데미언 샤젤의 독특함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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