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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빌론 바빌론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데미언 샤젤의 영화이다. 그가 일관되게 전달하는 낭만과 현실의 조화가 역시 좋았다. 바빌론은 위대한 개츠비처럼 한순간 매우 화려하게 빛나기도 하고 그 아래에는 비루한 현실이 흐르고 있는 영화계를 비춘다. 앙면이 동등하게 비추어지는 점에서 영화의 정교함이 두드러진다. 무려 네 명의 주요 인물이 극을 이끈다. 각각은 특별하지 않을지 몰라도 함께 엮어지니 영화계의 구석구석을 들춰볼 수 있는 재밌는 방식이 되었다. 쉽지 않은 난이도의 이야기 방식이었고 아마 몇몇은 정신없다고 느꼈을 법 하다. 가장 깊게 다가온 것은 무엇보다 영화에 대한 찬사. 엔딩부의 매니가 캄캄한 극장에 앉아 화면을 보고 수많은 영화가 마치 자신을 되짚는 듯 주마등처럼 펼쳐진다. 평생 위로가 되었던 전부가 스.. 2023. 3. 19.
서부 전선 이상 없다 의외로 좋았다. 여러 면에서 이런 영화가 요즘 잘 없는데. 무심코 넷플릭스에서 보게 된 이 영화는 아주 특별했다. 요새 전쟁영화가 잘 안 나오기도 하고 나와도 수작인 경우가 적은 것 같다. 전쟁 영화가 전달할 수 있는 의미와 이야기랄 게 사실 냉전이 끝난 후에 너무나 많이 극장에 내걸렸기 때문에 그 감상에 젖어들기란 쉽지 않게 됐다. 그래서 한동안 전쟁영화의 침체가 있었던 것 같은데 이 영화는 잘 먹혀든 부분이 있는 것 같다. 미장센을 강조한 영화. 인물이나 사물, 풍경을 비춰내는 방식이 미적이고 정교했다. 감상을 끊어냈다가 이어 붙이는 그 리듬도 매번 적절했고 모든 부분이 적절하지 않았나 싶다. 아카데미에서 꽤 상을 받을 수도 있었을 텐데 아쉽네 2023. 3. 19.
모가디슈 사실 요새 웬만큼 잘 만들지 않는 이상 생존영화는 땡기지가 않는다. 너무 많은 레퍼런스들이 이미 세상에 나왔기 때문에. 모가디슈는 내전에 고립된 사람들이 탈출을 하는 영화인데 이 소재만 해도 별로 흥미가 가지 않는다. 다만 그 안에 휴머니즘, 긴장감 같은 것들이 극을 이끌어 가는 것인데. 긴장감이야 예나 지금이나 효과가 있는 이야기 방식이지만 위기상황의 휴머니즘은 왠지 더욱 낡은 느낌이 든다고 할까. 그래서인지 영화의 엔딩은 너무나 진부하게 느껴졌다. 그래도 극을 이끌어가는 방식이나 배우들의 연기는 괜찮았다. 2023. 3. 19.
공동경비구역 JSA 최근 개인적으로 그 맛을 알아버린 박찬욱 감독의 초기작. 학교에서 선생님들이 자주 보여줬을 정도인데 제대로 본 적은 없다. 누군가 가장 한국적인 영화라 이 영화를 말하던데 아슬아슬하면서도 웃기는 구석도 있고 결국은 잔혹한 그런 이야기를 말하는 건가. 헤어질 결심에서 자주 보았던 디졸브 등의 연출이 이 영화에서도 자주 보였고 옛날 영화라 그런지 매우 세련되어 보였다. 옛날부터 이런 방식을 썼구나 놀랍기도. 이야기는 그리 흥미롭진 않은데 캐릭터들의 매력, 그것을 꺾어가는 무거운 현실, 차가운 참상. 이런 것들이 좋게 다가왔던 것 같다. 배우들의 연기가 좋았던 것도 있고 연출이 역시 예나 지금이나. 2023. 3. 19.
악마를 보았다 아주 자극적인 묘사. 매끄러운 전개. 극의 리듬과 배우들의 연기가 영화를 보기 쉽게 만들었다. 다만 내용이 매우 불편한 편. 라스 폰 트리에의 영화처럼 보는 내내 불편하게 하는데 마지막에 그걸 시원하게 해소해주지는 않는 것 같다. 영화는 그저 엔딩으로 달려가는 것이 목적인지, 어떤 철학적인 고민을 자아내려고 한건지. 이병헌 따라 봤다만 이런 식의 영화는 다시 보기 힘들 것 같다. 2023. 3. 19.
어나더 라운드 공교롭게 비바리움과 어나더 라운드는 현실의 지긋지긋한 부분을 풍자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만 감상은 극과 극에 있다. 어나더 라운드는 한때 활기 있었지만 이제는 식어버린 인물들을 묘사한다. 대부분이 공감할 수 있는 아주 평범한 인물 설정이다. 영화는 인물에게 쉽게 몰입하도록 짜여져 있다. 그리고 아주 현실적으로 현실을 풍자한다. 그것을 비현실적인 소재보다는 일상의 술로 유쾌하게 털어내보려는 시도가 좋았으며 그 반작용으로 바라지 않았던 결과(알코올중독으로 죽은 친구)까지 묘사한 부분은 더욱더 이야기를 현실감있게 했다. 아주 현실적인 상상력으로 우리와 가장 가깝게 있는 현실을 풍자하고 한편으론 위로한다. 엔딩의 춤 장면은 누군가의 말처럼 인생이 그저 한 판 벌이는 춤이라는 듯 영화를 화려하게 마무리.. 2023. 3. 19.
비바리움 넷플릭스에서 보게 된 미스터리 영화. 매우 지루하고 멍하다. 그나마 아는 배우인 제시 아이젠버그는 말투와 연기가 워낙 독특하여 속도감이나 리듬이 있는 영화에서 탁월한 캐릭터를 보여줘서 항상 믿고 보는 편이었는데 이 영화에서는 영 살아나진 못한 느낌이다. 본인이 새로운 시도를 했는지도. 영화는 의뭉스럽다. 미스터리 하나로 한 시간이 넘는 영화를 끌어가고 종종 기괴한 요소들로 관객을 이끌어보려 하는데 아마 메타포라는 개념을 모르는 관객들, 영화에서 의미를 찾지 않는 관객들에게는 지옥과 같은 영화일 것이다. 영화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감상으로 메타포, 탁월한 풍자에 대한 좋은 의견이 있었다. 나 같은 경우 요즘엔 1시간 이상을 투자하는 영화에서 그런 걸 얻어내는 게 썩 유쾌하지가 않다. 특히나 재미가 결여된 .. 2023. 3. 19.
마약왕 전개가 매우 빠르다. 다만 씬별로 잘 연결되지가 않는다. 배우들은 분명히 연기를 잘 하는데, 그걸 감상할 만한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 툭툭 끊긴다. 스토리의 단계적인 진행이나 흥미를 이끌만한 자극적인 소재, 캐릭터, 상황 같은 게 없어 보인다. 2023. 1. 12.
아미 오브 더 데드 Army of the Dead 5월에 오픈한 잭 스나이더 감독의 복귀작 는 좀비 케이퍼 무비이다. 다시 말해, 좀비 세상 속에서 도둑질을 하는 형식의 스토리이다. 좀비 영화하면 우울하고 축 내려앉는 분위기, 왠지 어두컴컴한 하늘 아래 피비린내가 나는 만신창이의 도시들이 떠오른다. 좀비들은 공격성을 지니고 있고 무엇보다 사람을 먹기 때문에 이를 피해서 살아남는 것이 제 1 목표이다. 이번 는 좀비물이 보여주던 것과는 조금 다른 것을 보여주려는 노력을 많이 했다. 사실 좀비라는 소재는 꽤 흥미로우면서도 이제는 진부한 소재이다. 많은 영화들이 배출되었고, 라는 성공적인 시리즈도 내놓으면서 좀비라는 소재로 쓸만한 스토리는 거의 다 써먹었다. 때문에 이를 통해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들의 정서, 인간군상, 아포칼립스 아래 벌어지는 다양한 일 등.. 2021. 9. 30.